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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고양이 / 정호완

등록 2008-07-09 18:00

짐승이름
“남산골 한 늙은이 고양이를 길렀더니/ 해 묵고 꾀들어 요망하기 여우로세/ … 백성들은 쥐 등쌀에 나날이 초췌하고/ 기름 말라 피 말라 피골마저 말랐다네.”

다산 정약용의 우화시 ‘고양이’(<8C8D>奴行)에 나오는 글이다. 여기서 늙은이는 일반 백성들이며, 쥐는 아전을, 고양이는 감사(수령)를 이른다. 백성들의 재물을 수탈하는 당시 세태를 풍자한 것이다.

혹은 고양이를 쥐 잡는 포졸에 비유한다. 고양이 묘(猫)를 뜯어보면, 해태 치(<8C78>)에다 싹묘(苗)를 덧붙여 만든 글자임을 알 수 있다. 해태는 사람의 잘잘못을 알아차려 나쁜 사람을 만나면 받아 버린다. 싹 묘(苗)는 싹이라는 뜻 말고도 ‘작다-사냥하다’라는 말로도 쓰인다. 물론 ‘사냥하다’는 곧 악행을 저지른 이를 잡는다는 뜻으로 봐야겠다. 해서 암행어사를 해태에다 비유하여 치사(<8C78>史)라고도 이른다.

풀이에 따라서는, ‘고랑이-고앙이-고양이-괭이’로 그 바뀐 과정을 상정하였다.(서정범) 터키말에서는 고양이를 케디(kedi), 몽골말로는 고양이를 머루(mru)라 한다.

또 <계림유사>에서는 고양이를 ‘귀니’(鬼尼)라 했는데, 지금도 지역에 따라서는 ‘고내-고이’, ‘살칭이’라고 이른다. 살칭의 ‘살’은 사이를 뜻한다. 호랑이도 작은 짐승도 아니면서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어떤 소임이 있으리라는 가정에서 생긴 것이 아닌가 한다. 뭔가 고양이가 신통함이 있다고 봤다는 얘기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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