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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토끼 / 정호완

등록 2008-07-16 18:03

짐승이름
“흰 이슬 비꼈는데 밝은 달 돋아온다/ 봉황루 묘연하니 청광은 뉘를 줄꼬/ 옥토(玉兎)의 찧는 약을 호객(豪客)에게 먹이고자.”

고산 윤선도의 시조에 나오는 토끼. 옥토끼는 달에 살면서 떡방아를 찧거나 불사약을 만든다고 믿고 있다. 이처럼 토끼는 장생불사의 상징 동물로 여겨졌다. 그 민첩함으로 심부름꾼으로 나서는 일이 더러 있다. 경북 문경에 토천(兎遷)이란 곳이 있는데, 고려 태조 왕건이 길을 잃고 헤맬 때 토끼가 나타나 절벽 길을 안내하였다고 한다. 문경에 ‘왕건’ 드라마 촬영장이 마련된 것도 우연은 아니겠다. “거부긔 터리와 톳기의 쁠와”(龜毛兎角, 두시언해)에서는 토끼를 ‘톳기’라 적었다. ‘톳’에 접미사 ‘-기’가 붙어 된 말로 볼 수 있다.

중국어에서는 토끼를 토자(兎子)라 한다. 여기 -자(子)는 작다는 뜻을 중심으로 하는 지소사로 보인다. -자(子)가 흔히 우리말로 토착하는 과정에서 ‘-지’로 바뀌어 쓰인다. 이르자면 가지(茄子), 종지(鍾子), 장지(障子)의 ‘-지’와 같다. 이 ‘-지’가 다시 소리 유창성을 꾀하려는 부정회귀를 통하여 ‘-기’로 바뀐 것으로 본다.

몽골말로는 ‘톨아이’(tulai)인데 말의 뿌리는 ‘톨-’이 된다. 받침소리에서 유연성을 보면 ‘톨-톧-톳’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한자어 어원으로 보는 견해보다는 알타이말 계통으로 보아 몽골말과 궤를 함께하는 우리말일 개연성이 더 높겠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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