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
유레카
2006년 5월 정부는 100만달러 한도 안에서 투자 목적으로 국외 부동산을 사는 것을 허용했다. 이듬해 1월에는 투자한도를 300만달러로 늘렸다. 세계 각국 부동산값을 놓고 거품론이 퍼지고 있던 때였다. 국외 부동산 투자액은 2006년 7억4천만달러에서 2007년 11억7천만달러로 급증했다. 미국에 산 집이 가장 많았는데, 미국 집값은 지난해 말부터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상투를 잡게 한 꼴이다.
국외펀드 수익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은 정부가 발의해 지난해 4월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수십조 원의 돈이 국외펀드로 밀려갔다. 특히 중국 펀드가 인기였다. 중국 증시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고점을 찍고, 지금은 반토막 나 있다. 정부는 “그저 제도만 고쳤을 뿐”이라고 변명하겠지만, 그 무렵 사람들은 정부가 국외 부동산값이나 주가 전망을 아주 좋게 보고 있다고 생각했을 게 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내가 당선되면 주가지수가 곧 3천까지 오를 것”이라고 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7% 성장에 새 일자리 60만개 창출”을 호언장담했다. 정부의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믿고, 경제적 의사결정을 한 사람들은 지금 낭패를 보고 있다. 경기는 급격히 식고, 물가는 급등하고, 새 일자리는 20만에도 못미친다. 코스피지수는 어느새 1500대로 떨어져 있다.
기상청의 주말 날씨 예보가 4주 연속 빗나가자 비난이 자자한데, 화는 내더라도 균형감각은 잃지 말아야 한다. 어설픈 전망과 잘못된 정책으로 많은 이들의 살림을 망치고, 큰 고통과 시름에 빠져들게 한 이들에게 우리는 과연 제대로 책임을 묻고 있는가? 기상청이 자주 오보를 내는 까닭에 대해, 경제학계에는 재미있는 ‘가설’이 하나 떠돈다. “경제 예측을 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게 도와주려고!”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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