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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원숭이 / 정호완

등록 2008-08-06 17:51

짐승이름
원숭이해에 난 사람은 슬기롭고 재능이 있다고 한다. 달로 치자면 모든 곡식들이 자라서 속이 차 가는 음력 7월이다. 원숭이는 가을에 이삭이 여물어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리는 지혜를 갖추었다고 한다.

가령 탈춤놀이에서도 원숭이는 마을의 재앙을 막아주고 구경꾼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송파의 산디놀음과 양주의 별산디놀음의 원숭이탈, 봉산탈춤으로 이어진다.

한자로 원숭이 원(猿)의 구성을 보면, 긴팔원숭이를 가리키나 흔히 일반적인 원숭이의 뜻으로 통용된다. 개 견(犬)과 옷 길 원(袁)으로 이루어지기에 그러하다. 형성 글자로 털이 덮인 긴 팔을 지닌 원숭이를 이른다.

옛말에서는 원숭이를 ‘납’(납 爲猿, 훈민정음 해례)이라 한다. 근대어로 오면서 납 혹은 나비가 보인다. 여기 ‘ ’란 가볍고 날램을 드러내는 ‘ 다’에서 비롯한 말로 보인다. 그럼 ‘납’이란 무엇인가. 기둥과 기둥 사이에 올려놓는 나무를 도리라 하는바, 도리를 납(납 爲 , 훈몽자회)이라 한다. 그러니 높이 달려 있는 나무를 일컫는다. 이르자면 높은 나무에 잘 매달리는 짐승을 납이라 하고 거기에 재다, 재빠르다의 뜻을 더하여 ‘ 나비’라 한 것으로 상정할 수 있다. ‘잔나비’는 오늘날에도 속담 등에서 원숭이란 말을 대신하여 널리 쓰인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사람이 재능도 있고 덕까지 갖춘다면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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