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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쇠고기 / 최인호

등록 2008-08-07 18:21

언어예절
저 몇 달 닫혔던 미국 쇠고기 푸줏간이 열리자마자 살코기를 몇 관씩 끊어갔다던 분은 포원이 풀렸는지? 부시도 다녀가고 ‘미친소’ 반대 촛불집회는 일백회 가풀막을 비춘다.

한우는 보통 송아지 적 아니면, 좀더 먹여 여러 해 논밭을 갈고 새끼를 몇 배 보고서야 어렵사리 내다 팔았다. 호사가들 얘기지만, 고기 맛이야 예나 지금이나 열 달을 넘기지 않은 하릅송아지를 제일로 친다. 일본에선 스무 달짜리 안쪽을, 우리는 서른 달이 넘지 않은 물건을 들여온다는데, 협상 정부나 장사꾼 두루 주권·신용 다 뭉개고 야합하는 세상에 달수 따지는 것도 부질없다.

소 나이(연령) 세는 말이 따로 있지 않으냐는 분들이 있다. 전날엔 집짐승인 소나 말, 개를 한습(하릅) 두습(이릅) 세습(사릅) 나릅 다습 여습 이롭 여듭 아습(구릅) 담불(열릅)처럼 헤아렸다. 누에는 다섯 잠(령)을 한 달 안에 마치니 단위가 다르다. 어린아이도 요즘은 달수(월령)로 헤아리고, 집짐승 먹이고 친화하는 개념이 많이 흐릿해진 지금, 공장내기 말·개·소 나이 일컫는 말이야 온전하겠는가?

‘소’는 잡지만 ‘쇠’는 잡지 못한다. ‘미친소’를 만든 건 사람이다. ‘연세·연치’를 높임말로 치는데, 이빨로 소 나이를 헤아리니 ‘연치’(年齒)가 제격이겠다. 나이를 세는 단위 ‘살’은 ‘한 살, 두 살, 아흔 살’처럼 고유어와 어울리고, ‘세’(歲)는 ‘십이세, 삼십세, 구십세’처럼 한자말과 어울린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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