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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뱀 / 정호완

등록 2008-08-13 19:05

짐승이름
박혁거세 임금이 나라를 다스린 지 62년 만의 일이다. 하늘로 올라간 지 이레 만에 그 몸이 땅에 떨어져 흩어지자 왕비도 임금을 따라서 세상을 뜬다. 나라 사람들이 두 분을 합장하고자 했으나 뱀이 따라와 장례를 방해하므로 흩어진 몸을 따로 모셨다. 하여 오릉 혹은 사릉(蛇陵)이란 이름이 생겼고, 오늘날 담엄사 북릉을 이른다. 이 이야기에는 뱀이 알을 많이 낳는 까닭에 나라와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뱀 신앙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때로 뱀신은 재물 신이라 할 칠성신과도 통한다. 칠성신은 한꺼번에 아들 일곱을 낳는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다산과 풍요를 가져다 주는 대상으로 칠성신이 민속 신앙으로 자리잡게 된다. 뱀이 다산·풍요의 상징이 된 사례는 제주 민속에서 흔히 드러난다.

중세말로는 뱀은 F얌(용비어천가) 혹은 F암으로 쓰였다. 접미사로 보이는 -암(얌)은 ‘바이검’에서 기역이 떨어져 배검>배엄>배얌>뱀으로 바뀌어 굳어져 쓰인 것으로 볼 수 있다. T암>F람>F암>뱀으로 보기도 한다.

배검에서 ‘검’은 거북이를 이른다. <본초강목>에서 거북의 수컷은 뱀으로 드러나기도 하는데, 다리가 퇴화한 자리에 배로 기어 다니는 동물을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는 까닭이다. 뱀의 조어형을 T로 보기도 한다. 불사신으로, 재생신으로 숭배되는 한편, 서양에선 사탄이나 저주와 악의 존재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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