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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프리즘] 그들만의 자유, 1%를 위한 교육 / 정태우

등록 2008-08-28 23:47

정태우  편집1팀 기자
정태우 편집1팀 기자
한겨레프리즘
서울시 교육청이 국제중 2곳을 지정한 데 이어 교육과학기술부도 연말까지 과학영재학교 1~2곳을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1% 이상이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일주일 만에 구체화된 셈이다. 바야흐로 1%를 위한 교육이 만개하고 있다. 사교육으로 다져진 고득점자들을 위한 학교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 모자라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받지 못하거나 잠재력 발현이 늦된 아이들은 ‘특별한 학교’의 문턱도 밟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이들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은 외면당하고, 사교육이 입학의 지렛대가 될 것이기에 기회 또한 실질적으로는 불평등하다. 한번 1등이 계속해서 1등이 되는 교육격차가 격심해질 것이다. 농어촌 고등학교 82곳도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됨에 따라 특목고·자사고-기숙형 공립고-일반고-전문계고로 이어지는 고교 피라미드도 빠르게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아침 7시 기상, 8시 등교, 9시~3시 학교 수업, 귀가 뒤 4시40분 학원 이동, 5시20분~7시40분 학원 수업, 7시40분~8시 간식, 8시~10시20분 학원 수업, 자습과 숙제 마치고 12시 취침.’ 한 중학교 1학년 학생의 빡빡한 하루다. 국제중, 과학영재학교의 좁은 문을 향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 살인적인 일과표는 고스란히 초등학생의 일과표로 번져갈 것이다.

실상이 이런데도 교육 당국자들은 “경쟁만이 살길”이라며 아이들을 출구 없는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대체 우리나라 초·중·고생의 학력 수준이 어느 정도이기에 늘 도마에 오르는 것일까. 지난 2006년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한국 학생들은 이 기구 가입국 가운데 읽기 평가 1위, 수학 1~4위(평가항목별 최고·최저 등수), 과학 7~13위를 차지했다.

교육 경쟁력에서 진짜 문제가 되는 곳은 대학이다. 2007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대학교육 부문평가에 의하면 한국 대학은 55개 나라 가운데 40위를 차지했다. 학교 피라미드의 정점인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교육문제의 해법은 대학교육의 혁신에 집중되어야 할 텐데도 정부는 평준화 허물기와 경쟁 전면화라는 차별교육 강화에 ‘올인’하고 있다.

경쟁과 효율에 덧붙여 자유라는 말도 넘쳐난다. 자유기업원은 최근 재정자립도와 학교선택권, 학교자율화, 개방화 등 네 가지 항목으로 지방자치단체별 교육자유지수를 발표했다. 학교자율화 항목을 살펴보니, 우열반 편성, 0교시, 방과후 수업, 사설 모의고사 등에 대해 더 허용적인 지역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학부모와 학생 80%가 반대하고 있는 우열반, 0교시 등을 ‘학교 자율’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강자들을 위한 정책은 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감세 정책, 부동산 대책 역시 대기업과 부동산 부자들이 수혜자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강자들의 환호 뒤편에서 약자들은 절망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자유, 기회, 소득, 부 등 사회적 기본 가치는 이러한 가치의 불평등한 분배가 최소 수혜자의 이득이 되지 않는 한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롤스의 사회정의에 대한 지적과 달리, 한국 사회의 현실은 그들만의 자유로 치닫고 있다. 기회의 불평등을 강요하는 교육, 사회적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담기지 않은 정책이 ‘자유와 경쟁’의 이름으로 가속화되면서, ‘더불어 잘살 수 있다’는 공동체에 대한 희망 역시 무너지고 있다.

정태우 편집1팀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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