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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강남 / 최인호

등록 2008-10-02 18:41

언어예절
‘강남’이라면 강의 남쪽을 가리키는데, 방향이 비슷한 지세를 일컫는 말을 동네 이름으로 붙이는 것을 본다. 이땅에서 ‘강남’하면 주로 서울 ‘강남’을 일컫지만 전국 곳곳의 ‘강남’도 괜히 싸잡히는 느낌을 준다. 사실 서울의 강남은 강동에 가깝다.

서울 강남은 부자 동네, 집값 비싼 동네, 놀고 먹는 이 많은 동네, 고급 음식·술집 많은 동네, 유명 학교·학원 … 등 이 나라 첫째, 첫손, 일류만 모인 데로 통한다. 그만큼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학교·학원 사회 쪽에서 특히 별스럽다. 입시 학원은 묵은 얘기고, 사설 영어유아원·영어유치원이 여든 곳이 넘는다. 이쪽을 다닌 아이들은 사립 초등학교나 외국인학교, 외국학교로만 진학한단다.

뒤질세라 이번엔 강남·서초구를 관할하는 강남교육청에서 나섰다. 초등학생들의 국어 실력이 부족하여 전학년에서 한자를 가르치겠다고 한다. 한자말은 오래된 외래어고, 요즘은 영어 외래어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국어 시간에 외래어나 외국글자부터 가르치겠다는 얘기다. 곧, 영어 시간에 라틴어를, 국어 시간에 영어도 가르쳐야 할 판이다.

‘안팎’이 아닌 ‘內外’를, ‘앞’과 ‘뒤’를 합친 말을 ‘앞뒤’ 아닌 ‘前後’로 가르치겠다는 얘기다. ‘전후’를 ‘앞뒤’로, ‘내외’를 ‘안팎’으로 쓰라고 가르칠 일을 거꾸로 하면서 무슨 큰일이나 하는 양 나섰으니, 교육청 스스로 강남에 비웃음거리를 하나 더 보태는 셈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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