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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세계문제, 우리문제, 나의 문제 / 박명림

등록 2008-10-14 21:29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세상읽기
어떤 외부 공격도 없는 가운데 시장경제·자본주의·세계화의 ‘중심 중의 중심’ 월가 스스로 내파한 굉음이 전세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유일 세계제국 미국이 아니던가? 가장 놀라운 것은 미국의 위기가 곧 (세계와) 한국의 위기가 되고, 또 내 일터의 명운과 내 경제수준과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급속한 세계화로 세계 문제, 우리 문제(국가 문제), 나의 문제(개인 문제)는 이제 분리 불가능해진 것이다. 우리네 개별 삶의 세계성·국제성이다.

이번 위기에 대해 경제적·금융기법적·재정적 해법들이 난무하나 그것들은 문제의 본질도 바른 접근도 아니다. 최고의 경영·금융기법을 창조한 그들이 아닌가? 사회주의 붕괴로 견제세력이 소멸된 이후 난무한 ‘승리주의’와 ‘역사종언론’이야말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닌 문제의 치유를 차단한 주범이었다. 시장만세·시장만능 담론이 시장경제 위기를 초래한 근본 요인인 것이다. 위기 때 시장이 국가에 의존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 이들 우파 극단주의는, “사유재산 철폐→공산주의 승리→계급투쟁 종식→(계급투쟁으로서의) 역사의 종언”이라는, 사회주의의 문제 치유를 차단한 좌파 역사종언론의 역할에 버금간다.

둘째, 미국 민주주의의 문제다. 첫째로 미국 정치이념의 폭과 정당 질서는 미국 자본주의 사회의 갈등과 균열을 반영·해소하기에는 지나치게 협애하다. 둘째로 정치 주기와 기업 주기, 선거 주기와 시장 주기의 관계로서 현재의 미국 헌정제도에서는 정치의 적절한 기능을 통해 시장을 교정하기가 어렵다. 정치와 경제,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의 부조응, 즉 이번 사태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인 것이다.

셋째, 시장의 실패를 넘어 국가와 사회의 실패라는 점이다. 근대세계가 보여주듯 국가·시장·사회의 균형이 파괴될 때, 특히 국가나 시장이 독주할 때 그 귀결은 가공하였다. 바람직한 인간공동체를 향한 큰 지혜들이 사회의 역할을 강조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과도한 사익추구에 대한 공공 가치를 통한 적절한 통제가 불가능할 때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신자유주의가 파괴한 국가·사회·시장의 균형 회복이야말로 문제해결의 요체인 것이다.

특별히 경제개방 협상과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 동아시아 모델에 대한 미국 정부·학문·언론의 이중 기준은 지금 무슨 응답을 준비하고 있나 묻게 된다. 첫째, 정부보조 중단과 시장자율·규제완화·민영화 요구. 그렇다면 1조달러가 넘는 금번 정부보조, 시장개입, 역민영화는 무엇인가? 둘째, 정실 자본주의와 도덕적 해이 문제. 그렇다면 해이를 넘어 도덕 파탄에 이른 월가 최고경영자(CEO)들과 고위관리층의 행태는 무엇이란 말인가?

미국은 지금 ‘자본주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주의 붕괴 20년도 못 되어 ‘시장사회주의’ 중국에 대한 의존 및 중국의 영향력 증대라는 고통과 수모를 목도하고 있다. 사회주의 해체와 신자유주의의 위기, 즉 계획 만능과 시장 만능 두 극단주의의 종언으로 향후 이념과 체제의 글로벌 수렴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다. 유럽연합(EU) 헌법은 ‘고도로 경쟁적인 사회적 시장경제’를 천명해 사회와 시장을 결합한다. 시장사회주의 중국은 계획과 시장의 결합을 추구한다. 좌우 극단주의가 스러지는 오늘 인류는 21세기 바람직한 국가사회 모델을 향한 기로에 서 있다. 20세기 100년 시장과 계획의 글로벌 쟁투와 비용은 21세기 바람직한 인간공동체를 향한 역사적 자양분이요 통과절차였던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변화의 충격은 늘 밖에서 온다. 그러나 성공과 실패의 궁극적 귀결은 언제나 변화에 대처하는 내부의 대응에 달려 있다. 우리는, 나는 이 세계적 세기적 격변의 중심에 서서 어떤 대응을 준비할 것인가?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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