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
유레카
조선의 개국공신들은 유학을 숭상하고 불교를 억누르는 데 열을 올렸다. 태조가 왕위에 오른 지 넉 달쯤 지난 어느 날, 태조는 관리들한테 ‘상복 입은 사람이 절에 가서 부처에게 공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태조는 이렇게 한탄했다. “(고려말의 유학자) 이색은 세상에서 큰 유학자가 되었으나 또한 부처를 숭상하였는데, 이 무리들은 무슨 글을 읽었기에 부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이와 같은가?”
‘아류들이란 언제나 자기들에게 영감을 준 자들보다 더 급진적인 법’(밀란 쿤데라의 말)이다. 중국 작가 루쉰은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란 책에서 더 노골적으로 이렇게 비판했다. “만일 공자나 석가, 예수 그리스도가 아직도 살아 있다면 그들의 신도들은 공포를 느낄 것이다. 그들의 행위에 대해 교주 선생이 어떻게 개탄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그들이 살아 있다면 그를 박해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나친 세금이 사람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려 나라 경제를 갉아먹는다며 감세정책을 주창한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을 이끈 것은 1980년대였다. 그 뒤 미국의 나라살림은 빚더미에 올랐고, 빈부격차는 커졌고, 부자들이 자산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거품이 부풀었다 터지기를 반복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오늘날 세계 금융위기의 뿌리가 ‘레이거노믹스’에 있다고 최근 지적하기도 했다.
한 세대가 흘러, ‘감세’의 복음은 오늘 우리나라에서 더 뜨겁게 울려 퍼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국민부담률이 최저 수준이고, 조세의 재분배 기능이 최악이며, 한해 예산보다 국세 총수입이 30조원이나 적은 나라에서 말이다. 오래전부터 미국 감세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물론 대통령이나 기획재정부 장관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일 게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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