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예절
돈이 으뜸인 시절, 곧 자본주의 세상이 한창이어도 자못 업신여김을 받는 말이 있다면 ‘돈놀이’일 성싶다. 이 말은 국어사전에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 받는 일’이란 바탕뜻에서 나아가 뜻갈래를 몇 개는 벌였을 법한데,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내림으로 돈을 멀리해 온 심성도 작용했겠으나 그보다는 말이 너무 쉽고 노골적인 데서 비롯된 바가 많을 성싶다. 돈 마다는 이가 드문 걸 보면 ‘내림’은 이제 작용을 멈춘 듯하다. ‘변놀이’라고도 하나 거의 쓰지 않고, 변·이자는 토박이말로 ‘길미’다.
따지고 보면 일차적인 노동과 생산을 빼고서는 돈놀이 아닌 경제활동이 거의 없다. 저마다 잘살고자 벌이는 활동들, 금융사의 저축·대출 등 여러 업무, 주식·편드·부동산 투자 …들도 마찬가지다. 그로써 가지친 물건들도 ‘돈놀이 상품’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조건 따라 스스로 불어나거나 졸아들어 사람들을 울리고 웃긴다. 이에 쏟는 조바심이야 들추어 뭘 하랴.
미국식 금융 경영이 거덜 나 하루아침에 세상 돈값이 가뭇없이 사라졌다고 난리다. 우리도 나라·개인 살림, 기업 두루 곤욕을 치르는 마당이다. 이젠 ‘구제금융’이 낯설잖은데, 그래도 돈놀이는 계속될 것이고 탈을 바꿔 쓴 ‘상품’들도 이어질 터이다.
돈놀이를 하면서 이를 마냥 업신여길 일은 아니겠다. 이참에 숱한 낯선 말을 새로 만들고 빌려 쓰는 수고도 좀 줄였으면 좋겠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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