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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두루미 / 정호완

등록 2008-10-22 18:15

짐승이름
“천 년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운 강물이 흐르듯/ 학이 난다./ 천 년을 보던 눈이/ 천 년을 파닥거리던 날개가/ 또 한 번 천애에 맞부딪노나.”(학·서정주)

고구려 옛무덤에는 신선들이 학을 타고 다니는 벽화가 있다. 천 년을 살면 흰빛이 푸른빛으로 바뀌어 청학이 되고, 다시 천 년을 살면 검은빛으로 바뀌어 현학(玄鶴)이라 한다. 지리산에 가면 청학동이 있다는데, 그 청학이 산다는 곳이다. 상투를 틀고 전통적인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대안교육의 터전으로 알려진 현재의 청학동과 세상을 버린 이들의 보금자리이자 예부터 전해오는 이상향으로서의 청학동이 같은 곳인지는 잘 알 수가 없다.

두루미의 옛말은 ‘두로미’(사성통해)였다. 두로미가 두루미로 바뀌어 쓰인다. 일본말로는 ‘쓰루’(鶴)이니 ‘두루-쓰루’가 대응됨을 알겠다. 우리말 ‘두루’가 건너가 ‘쓰루’(turu)로 굳어진 형태일 수 있다. 뚜루루 운다고 또는 두루 멀리 다닌다고 두루미라는 풀이도 있다. 그 울음소리를 들어보면 매우 날카롭고 위엄 있게 들릴뿐더러 흰 날개가 두루마기를 걸친 선비 모습과 같아 보인다. 머리는 붉고 검은 벼슬을 한 듯 고고하다. 먼 하늘을 소리와 품새를 두루 갖추고 유유히 날아가니 이를 뭉뚱그린 데서 나온 이름으로 보인다. 오늘도 두루미들은 하늘 어디쯤서 가을을 비끼어 날고 있을 텐데.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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