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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성실의 의무 / 곽병찬

등록 2008-11-17 20:32

곽병찬 논설위원
곽병찬 논설위원
유레카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공무원법 56조) 청렴, 친절·공정, 비밀 유지, 복종, 품위 유지와 함께 6대 의무로 꼽히는 성실 의무 조항이다. 지당한 말씀이어서 거론조차 안 되던 이 조항이 요즘 갑자기 입길에 오르내렸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성실의 의무를 어겼다 하여 시민단체한테 고소를 당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같은 이유로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에게 해임 통보를 했다.

성실 의무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공무원의 신분에서 비롯된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선 안 되며, 오로지 국민의 이익을 지키고 실현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별도로 규정되어 있는 것도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성실 의무를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성실 의무를 어긴 공무원이 징계당하는 건 마땅하다.

강 장관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헌법적 정의 구현에 앞장서야 할 헌법기관을 무력화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국민의 이익을 침해했다. 물론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해 부동산 부자의 이익을 지키려던 정권의 요구에는 성실히 따랐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도 코드가 맞지 않는 임기제 기관장을 사퇴시키는 데 앞장서, 정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성실했다. 하지만 그는 법령을 무시하고, 협박과 공갈을 일삼는 등 성실 의무는 물론 품위 유지 의무마저 어겼다. 그의 부당한 지시에 따라 터무니없는 죄를 뒤집어씌운 감사관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김 관장은 미술품 구입 과정에서 관계 법령을 어기거나, 예산을 축내는 등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 그저 부당한 사퇴 압력을 거부했을 뿐이다.

그러면 누구를 위한 성실 의무냐고? 간단한 물음이 아니다. 정권에 따라 말과 몸이 따로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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