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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펜치 / 김선철

등록 2008-11-18 17:51

외래어
큰 할인매장에 가보면 가족이 함께 들르는 진열대가 있기도 하지만 남녀가 따로 관심을 두는 곳도 있다. 예컨대 여성은 미용 용품, 남성은 자동차 용품이나 공구 쪽에 많이 들른다.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오면 공구 찾는 이가 많아질 터다.

가정용 공구 중 요긴한 것을 들라면 단연 ‘펜치’ 아닐까. ‘펜치’는 흔히 [뻰찌] 또는 [뻰치]라고 일컫는데, 모난 나사를 돌리거나 철사를 자르거나 눕혀서 못을 박는 등 쓸모가 많다. 이 말은 일본말 ‘펜치’(ペンチ)가 건너와 정착된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말 펜치는 영어 ‘핀서스’(pincers)가 바뀐 것이다.

영어에서는 펜치가 플라이어(plier)의 한 종류로 취급된다. 니퍼(nipper) 역시 자르기 전용 플라이어다. 영어 ‘플라이어’는 펜치나 니퍼, 롱노즈(long nose) 같은 집게붙이를 통틀어 이른다. 반면 우리말에서 플라이어는 대개 자동차에 딸린 공구로서, 자르기 기능이 빠진, 그리고 입 크기를 바꿀 수 있는 집게로 통한다.

한편, 속어로 ‘거절당하다’는 표현으로 ‘퇴짜 맞다’가 쓰이는데, 이보다 더 저속하게 느껴지는 ‘뻰찌(뻰치) 맞다’는 표현도 쓰인다. 일본말에서도 펜치와 거절 사이에는 특별한 관련이 없기에, ‘펜치 맞다’는 펜치로 꼬집힘을 당하는 듯한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거절당한다는 우리 나름의 과장 섞인 말이 아닐까 싶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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