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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올빼미 / 정호완

등록 2008-11-19 18:24

짐승이름
올빼미의 울음소리는 뭔가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조선 선조 무렵 문신으로 활동한 이수광과 관련한 이야기가 전해 온다. 그가 안변의 원으로 일을 할 때였다. 관아에 있는 나무숲에서 올빼미가 울었다. 사람들은 놀라 걱정을 하였다. “관아에서 올빼미가 울면 고을의 관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사람들을 타일렀다. “올빼미 울음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대들의 말이 이상하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우연의 일치라도 되는 듯 며칠 지나지 않아 그는 원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특히 겨울밤에 올빼미가 울면 어린아이들이 칭얼대며 우는 소리처럼 우울하게 들린다. 이로 미루어 올빼미가 밤에 자주 울게 되면 마을이나 집안에 돌림병으로 숨지는 사람이 생기거나 난리가 일어나기도 하며, 애써 지어놓은 곡식이 여물지 않는 일이 생긴다는 속설이 나온 것 아닌가 한다.

옛말에 올빼미는 ‘옫바미’(훈몽자회 梟)였다. 말의 짜임으로 보아 ‘옫밤’에 접미사 ‘-이’가 붙고 소리가 이어나 굳어진 말이다. 미루어 보건대, ‘옫-돗-올’은 하나의 낱말 겨레들이다. 여기서 ‘옫’을 주목하게 된다. 옫은 위(上)다. 그러니까 밤새 소리로 듣고 아주 희미한 불빛이라도 이용하여 먹이를 잡고 활동을 하므로 그리 부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매사는 눈 바로 뜨고 마음의 소리를 들음이 중요하지.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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