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현호 논설위원
유레카
아티초크는 샐러드나 고급요리의 재료로 쓰이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 피기 전의 봉오리를 따서 요리해 먹는데, 이뇨작용을 도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기능이 있다. 중세엔 최음제로 쓰였다.
1950년대 미국은 ‘아티초크 사업’이란 암호명의 비밀공작을 벌였다. 이중간첩 용의자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내려는 것으로, 심문을 받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게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고문·세뇌 등 ‘특수 심문기법’과 암페타민·수면제·헤로인이나 막 개발된 엘에스디(LSD) 따위 마약까지 동원됐다.
미국은 심문을 할 비밀감옥을 일본·독일·파나마에 만들었다. 파나마 운하지역의 미 해군기지 안에 만든 게 그 중 컸고, 일본의 비밀감옥에선 북한인들도 조사받았다고 한다. 비밀감옥은 1951년 만들어져 56년께 폐쇄됐다지만, ‘특수 심문기법’은 그 뒤에도 여러 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2년 쿠바 남단 미 해군기지 안에 만들어진 관타나모 수용소도 그런 음울한 시대의 유산이다. 미군은 한때 700여명에 이른 수감자들이 테러 용의자나 적 전투원이라고 주장했지만, 무고한 민간인들이 불법으로 구금돼 인권 침해를 받는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부시 미국 대통령도 지난 4월 물고문 등 수감자들에게 가해진 여러 고문에 대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마이클 윈터바텀의 영화 <관타나모 가는 길>(2006)은 그 생생한 증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이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고문 금지에 관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관타나모만은 아니다. 2006년 부시 대통령은 관타나모로 이감된 알카에다 용의자 14명이 다른 해외 비밀감옥에 수감돼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인도양의 미 해군 함정들이 비밀 해상감옥으로 이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들까지 폐쇄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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