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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비둘기 / 정호완

등록 2008-11-26 18:17

짐승이름
어느 해 겨울이었다. 월출산 구림 마을 성기천 가에서 어여쁜 처자가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가 자꾸 빨래에 와 부딪쳐, 처자는 기겁을 하며 방망이로 밀어낸다.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이상한 물체가 자꾸 달려든다. 호기심이 생긴 처자는 그것을 건져냈다. 커다란 오이였다. 먹음직스러워 별생각 없이 오이를 먹었다. 그날 이후 처자에게 태기가 있었고, 달이 차서 아이를 낳았다. 어이없고 부끄러운 일. 부모와 상의한 끝에 남몰래 뒷산 대밭에 아기를 버렸으나 어미 정을 어쩔 수가 없었다.

이레째, 처자는 남몰래 아기 버린 곳을 찾아갔다. 그런데 비둘기가 감싸고 학이 주는 먹이를 받아 먹으며 아기가 살아 있는 게 아닌가. 비로소 하늘이 내린 아기라고 깨달아 집으로 데려와 키웠다. 이 아이가 자라 신라 말 이름난 스님이자 학자였던 도선 국사가 되었다.

비둘기는 본디 ‘비다리’(弼陀里·계림유사) 혹은 ‘비두로기’(유구곡), ‘비두리’(월인석보)였다. 비두로기에서 소리가 줄어 비둘기가 되어 오늘에 쓰인다. 비둘깃과에 드는 새를 모두 일러 비둘기라 한다. 풀이에 따라서는 소리를 흉내낸 ‘비둘’에 뒷가지 ‘-이’가 붙어 된 말로 본다. 더러는 앞가지 ‘비’(非)에 ‘다라’(鷄·닭)가 붙어 이뤄진 말로 보기도 한다. 닭과 비슷하나 같지 않은 새들을 일러 비둘기로 불렀을 수도 있겠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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