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찬 논설위원
유레카
2005년 7월6일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가 열린 싱가포르. 2012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도시는 프랑스 파리였다. 두 차례나 도전했다가 탈락해 동정표도 적잖았고, 당시 한 달 전 올림픽위원회가 발표한 평가보고서에서도 숙박시설·교통·재정, 그리고 음식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뜻밖이었다. 파리는 4차 투표까지 할 정도로 팽팽한 접전 끝에 영국 런던에 고배를 마셨다. 자만심으로 표 관리를 소홀히 한 탓도 있지만, 결정적인 패인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입이었다. 그는 총회 사흘 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열린 푸틴 러시아 대통령, 슈뢰더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잠깐 쉴 때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그들(영국)이 유럽 농업에 기여한 것이라곤 광우병밖에 없다.” 다른 두 정상이 박장대소하자 신이 난 그는 “음식 맛이 형편없는 나라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 핀란드를 제외하면 영국 음식 맛이 가장 형편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는 자국의 일간지 <리베라시옹>을 통해 먼저 보도됐다. 영국은 물론 엉뚱하게 유탄을 맞은 핀란드가 발끈했다. 영국 언론들은 “도매금으로 넘어간 핀란드가 투표에서 갖고 있는 2표로 본때를 보여주라”고 부채질했다. 4차 투표 결과는 50 대 54였다. 핀란드의 두 표가 승패를 갈랐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말할 때 시라크는 시원했겠지만, 숙적 영국에 진 프랑스 국민은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기대했던 일자리 6만개도 날아갔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지만, 나가선 반듯하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나가서는 말실수가 없기를 바랐다. 그러나 오바마까지 골을 지르는 등 더 큰 사고를 쳤다. 설화(舌禍)의 후과가 걱정스럽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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