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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쌍화점 / 함석진

등록 2009-01-05 20:54

함석진 기자
함석진 기자
유레카
마음이 얼음장이어서일까, 겨울이 유난히 깊다. 시간을 가로질러 냉큼 여름을 불러내면 좋으련만, 아직 봄도 멀다.

잊혀 가지만 여름 문턱, 유두(流頭)라는 명절이 있다. 음력 유월 보름 조상은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으며 액을 씻었고, 논의 물꼬에 음식을 차려놓고 농신에게 풍년을 기원했다. 이날을 물맞이라 이른 것도 그런 까닭이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에서 물맞이 좋은 곳으로 서울의 정릉계곡, 광주 무등산의 물통폭포, 제주의 성판봉폭포를 꼽기도 했다. 이날 음식차림 가운데 하나가 상화(霜花)떡이다. 꽃처럼 고운 서리가 내린 것 같은 단아한 떡이라 하여 붙인 이름이다. 지금은 설탕을 넣어 중탕한 막걸리로 밀가루를 반죽해, 다진 쇠고기와 표고버섯, 호박, 숙주를 속으로 넣어 만두처럼 만든다. 먼 옛날, 이 떡을 만드는 가게를 쌍화점(雙花店)이라 했다. 쌍화는 상화를 읽는 음에 따라 달리 표기한 것이다.

“쌍화점에 떡을 사러 갔더니, 회회아비(아라비아인 또는 몽골인)가 내 손목을 잡더이다. 소문이 나면…. (후렴)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는 내용의 쌍화점은 고려말 충렬왕 때 지은 것으로 알려진 가요이기도 하다.

고려왕조 내실에서 벌어진 사랑과 집착, 질투와 분노를 그린 영화 <쌍화점>이 상영 중이다. 얘깃거리 많은 원나라 속국 고려 왕실을 배경 삼고, 고려가요 쌍화점에서 불륜이라는 코드만 가져와 입힌 멜로영화다. 그럼에도, 배우 아무개의 벗은 몸 등 흥행을 노린 포장지를 벗기고도 알맹이가 드러나는 영화라는 평이 많다. 배우들의 표정에 압도되고, 빼곡한 스토리에 숨죽인다. 성의 정체성이나 동성애 등 조금은 불편한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고도 통속적인 멜로영화의 장르적 긴장을 잃지 않는다. 추운 겨울, 사랑하는 이와 화롯불 이야기 같은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좋겠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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