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논설위원
유레카
새해 국정연설에서 비상경제정부를 약속한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벙커에 워룸(비상경제상황실)을 만들었다. 청와대는 전세계 금융위기에 임하는 이 대통령의 비상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설명하지만, 이를 쇼로 평가절하하는 냉랭한 시각도 없지 않다. 경제적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워룸을 굳이 지하 벙커에 설치함으로써 전시 분위기를 연출해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워룸은 애초 1·2차 세계대전 참전국들이 설치했던 전시작전상황실에서 나온 말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 또는 국가가 직면한 비상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설치하는 위기관리상황실을 뜻하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94년 공개된 ‘워룸’이란 다큐멘터리가 미국 남부의 조그만 아칸소주 지사였던 빌 클린턴을 1992년 대통령 선거의 승리자로 만든 선거캠프를 그리면서 이를 워룸으로 이름 붙인 것이 그 한 예다.
1·2차 대전 당시처럼 전시의 워룸은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지하 벙커에 설치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후 냉전 상황에서 각국은 핵전쟁 등 각종 전쟁 상태에 대비한 지하 벙커들을 만들었다. 물론 그 지하 벙커에는 워룸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지금은 통일궁이라 이르는 남베트남 대통령궁 지하에 있는 벙커다. 이 지하벙커에는 전시작전사령부, 비상 방송국, 통신시설 및 대통령을 위한 휴식 시설 등이 설치돼 있다. 관광객에게 개방된 코스를 돌아 마지막에 이르면 베트남 전쟁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된 한켠에 비상시 대통령이 피신할 수 있게 준비돼 있던 검은 자동차가 옛 모습 그대로 대기하고 있다. 미국 대사관 지붕에 기어올라가 미군 헬리콥터에 구출을 호소하며 손을 내미는 당시 남베트남 기득권층의 사진과 대통령의 피신용 자동차는 잘못된 위기 대응의 참혹한 결과를 보여주는 듯했다. 우리의 워룸이 이런 결과를 빚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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