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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행위와 위상 / 정영무

등록 2009-01-21 19:02

정영무 논설위원
정영무 논설위원
유레카
단두대는 프랑스 루이 16세 시절 조제프 기요탱 박사가 설계했다. 자물쇠 만들기가 취미였던 루이 16세는 초승달 모양의 날을 삼각형으로 바꾸라고 설계 변경을 지시했다. 빅토르 위고는 훗날 이를 가리켜 역사의 가장 희극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국왕은 아홉 달 뒤 자신이 만든 단두대의 제물이 됐기 때문이다.

혁명은 1789년 일어났지만 국왕이 처형된 것은 1793년으로 혁명세력과의 타협은 계속됐다. 루이는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외국으로 도피하려다 실패하는 바람에 반역죄로 기소된다. 국민공회에서 유죄 표결이 내려졌지만 처벌의 수위를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온건파는, 비록 전쟁에서 패하고 재정을 파탄냈지만 국왕이 극형을 받을 만큼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변호했다. 토머스 페인은 루이와 가족을 미국으로 보내자고 했으며, 프랑스 주재 미국대사도 찬성했다. “프랑스 왕들 가운데 가장 온유한 사람이 가장 극악한 전제자들 중 한 사람으로 기소됐다는 사실은 이상하다”는 변론도 나왔다. 그러나 근소한 표차로 사형이 결정됐다. 국왕을 단두대에 세운 결정적 논리는 그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 위상 때문에’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위의 잘잘못보다 혁명의 물결을 거슬린 그의 존재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인사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국세청장이 이상득 의원과 친분 있는 포항지역 인사들과 어울려 입방아에 올랐다. 이 의원은 그런 구설수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고 한다. 친인척 문제의 전철을 밟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나잇값·경험값을 하려고 한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이 의원 지역구의 포스코 회장이 이 의원 마음에 들었다면 과연 물러났을까? 말을 아껴도 눈빛으로 알고 주변정리를 수도승처럼 깔끔히 해도 호가호위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행위가 아니라 위상이 문제인데 이 의원만 모르는 듯하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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