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예절
뭐든 먹으면 줄어들기 마련인데, 나이는 먹을수록 쌓인다. 전날엔 나이가 하나의 힘(권위)이었고, 어른 나이는 ‘잡수신다’고 했다. 그래서 때에 따라 나이를 더하여 말하기 일쑤였으나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셈하는 방식에 ‘세는 나이’(나자마자 한 살), ‘찬(만) 나이’가 있다. 요즘은 환갑·진갑을 잘 찾지 않는데, 노인인구 비율(14% 이상)이 크게 늘어난 ‘고령 사회’가 새로운 걱정거리다.
우리는 아직 나이 묻는 게 큰 실례가 아닌 사회에 산다. 꺼리거나 실례될 거리가 아니라고 본다는 얘기다. 사람을 얘기할 때 으레 따라다니는 정보가 몇 있다. 나이·성별은 기본이고, 출신 지역·학교, 본관(관향), 직업 …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사람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나이는 말의 계급을 나누는 데서 신분 이상으로 큰 구실을 한다. 신분 제도가 사라진 오늘날도 우리말에서 ‘높임법’(대우법)이 엄연한 게 이를 증명한다. ‘배기·짜리’는 주로 어린 나이 뒤에 붙인다. 살·세(歲)는 나이를 세는 단위다. ‘14살 나이에/ 14세 나이에’라면 ‘열네 살/ 십사 세’로 읽는 게 옳다. 여기서 ‘나이’는 군더더기다.
‘나이’보다는 ‘연세·연령·연치·춘추’를, ‘살’보다 ‘세’를 점잖게 여겨 왔다. 한자말에 낀 이런 관습 거품도 많이 가신 듯하지만 아직 다 걷히지는 않은 듯하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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