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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왜그 더 도그 / 함석진

등록 2009-02-16 21:08

함석진 기자
함석진 기자
유레카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라는 경제 용어가 있다. 현물시장의 위험을 보완하려고 나온 선물시장이 거꾸로 현물시장을 흔들어대는 현상을 말한다. 로버트 드니로와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한 1997년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10여일 앞둔 어느 날, 대통령이 백악관을 견학온 한 학생을 성추행한다. 재선이 어렵게 되자 백악관은 여론을 돌리려고 애꿎은 알바니아를 지목해 적대국으로 포장하고 국민에게 반알바니아 정서를 부추긴다. 언론은 폭격기 전진배치, 군 주둔지 이동 기사로 연일 도배된다. 예상대로 성추행 사건(몸통)은 무마되고, 국민의 관심은 거짓 전쟁(꼬리)에 쏠린다. 야당의 반격이 거세지자 이번엔 전장에 억류된 ‘전쟁 영웅’을 꾸며낸다. 여론은 다시 ‘구출 작전’으로 돌아선다.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다. 영화가 상영된 뒤, 한 전직 백악관 간부는 현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엄 촘스키의 공저 <여론 조작>은 한 몸인 정치와 여론 조작의 실상을 보여준다. 1980년대 초 미국의 눈엣가시였던 좌파 정권의 니카라과 선거는 비교적 공정하게 치러졌지만 미국 정부와 언론에 의해 순식간에 엉터리 선거가 됐다. 친미 과테말라의 선거는 살인·폭행 등 공권력에 의한 무자비한 테러가 자행됐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일보 전진’으로 포장됐다. 1990년대 세르비아의 코소보 알바니아인 학살은 무자비한 만행으로, 같은 시기 친미 인도네시아 정부의 동티모르인 대량 학살은 지역분쟁 정도로 묘사됐다.

뭐든 마음먹은 대로 장악하는 권력이라면 어설픈 꼬리질로도 몸통(국민)을 흔들 수 있다. 요즘 무력한 몸통은 속상하다. 민심을 이리도 가벼이 다루는 권력의 사악함에. 썩은 꼬리 잘라내지도 못하는 우리의 나약함에.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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