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규 논설위원
유레카
그제 열린 제2회 세계야구클래식(WBC) 결승에서 한국이 일본에 연장전 끝에 석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만 일본과 무려 다섯 차례나 상대했다. 1라운드에서 두 번(1승1패), 2라운드에서 두 번(1승1패), 결승에서 한 번(패)이다. 3년 전 1회 대회 때는 세 차례 붙었다. 1·2라운드에서 연거푸 이겼으나 준결승에서 져 4강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소화한 경기는 모두 아홉 경기씩이었다. 이 중 다섯 경기가 한-일전이었으니, 확실히 이상한 대진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야구클래식이 아니라 한-일 야구클래식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이렇게 두 팀이 여러 번 맞붙는 일이 빚어진 것은, 이 대회에서 처음 적용된 더블 일리미네이션(Double Elimination), 즉 패자부활전 제도 때문이다.
참가국 사이에선 이런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취지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한 번 진 팀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간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구기 종목에서는 생소하지만, 다른 스포츠에선 예전부터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유도나 레슬링 등의 격투기, 이(e)스포츠 등 단시간에 승부가 나는 개인경기에서 즐겨 쓰인다. 또 한 번 진 경우는 아무리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오더라도 3~4위전에 머물게 하는 등의 승자 어드밴티지를 두고 있는 게 보통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1라운드에서 같은 조였던 팀을 2라운드에선 다른 조로 흩어 놓는 운영의 묘만 살렸어도 같은 팀끼리 맞붙는 경우를 세 번 이내로 제한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주최국인 미국이 상대하기 껄끄러운 한국·일본·쿠바를 피하려고 대진표 농간을 부린 것이라는 그럴듯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제도보다는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인데, 꼭 야구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오태규 논설위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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