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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능소니 / 정호완

등록 2009-04-08 18:17

짐승이름
“옛날 한 사내가 연미산에 나무하러 갔다 길을 잃었다. 배가 고파 바위 굴 속에 쉬던 중 한 처녀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 하지만 여인의 정체가 곰임을 안 사내는 놀라 도망가려 했으나 헛일. 이제 아이 둘을 낳았으니 도망가지 않으리라 안심한 암곰이 굴을 나간 사이 사내는 강을 헤엄쳐 도망을 갔다. 암곰은 새끼 곰을 안고 금강에 빠져 죽고 만다. 그 뒤 강을 건너는 나룻배가 풍랑에 뒤집히는 일이 많아 사람들이 나루 옆에 사당을 짓고 곰의 넋을 위로했다.”(고마나루 전설)

이 전설과 관련하여 고마나루로 부르다 한자화되는 과정에서 미화해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강이 되었다. 더러는 비단가람이라 일컫기도 한다. 곰 새끼를 능소니라 한다. 능(能)은 한자로 곰을 가리킨다. 자라를 이를 때는 ‘내’, 별을 이를 때는 ‘태’로 읽는다. 팔공산에 가면 능성재가 있다. 본디의 우리말로는 곰재(熊峴)다. 곰 웅(熊)의 바탕이 능(能)이다. 능력이 있어야 산다고 할 때, 능력의 상징적인 뿌리는 곰에서 말미암는다. 둔해 보이지만 재주를 잘 부린다. 사람처럼 일어섬은 물론, 나무에 잘 기어오르며 헤엄도 잘 친다. 재주꾼을 ‘능꾼’이라 함도 곰에서 멀지 않다. 딴청을 부리며 다른 사람을 속일 때 우리는 ‘능청’ 부린다고 한다. 그 밑바탕에 깔린 의미는 능소니가 재주를 잘 부린다는 데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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