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진 기자
유레카
유튜브가 웹에 얼굴을 내민 것은 2005년이다. 창업자 중 한 사람이 동물원에서 찍어 올린 몇 분짜리 클립이 첫 영상이었다. 요즘 유튜브에선 한 달 60억개 이상의 영상이 재생된다. 지금도 1분마다 15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된다. 회선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업체는 매일 100만달러를 쓴다.
구글 소유의 이 유튜브가 지난주 웹 세상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1일부터 확대 시행된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때문이다. 구글은 본인 확인이 필요한 동영상 업로드나 댓글 서비스를 아예 차단하는 방법으로 법 울타리를 돌아갔다. 정부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머리를 짧게 자르라고 했더니 학생은 삭발을 하고 온 격이다. 머리 기를 자유를 내걸면서. 그렇다고 구글이 서비스를 죽이는 ‘삭발’을 감행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이용자들은 초기화면에서 클릭 두 번만 더 해서 지역을 다른 나라나 전세계로 설정하기만 하면 된다. 명분(표현의 자유)도 얻고 실익(서비스)도 해치지 않았다면 비즈니스적으로도 썩 영리한 행동이다. 실명제와 연결된 사이버모욕제나 임시차단 조처 등은 구글에겐 다 비용이다.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비수작업이다. 한국보다는 세계 시장에 전례를 남길까 더 걱정이다.
구글은 그렇다 치고, 사실 인터넷을 제한하는 어떤 시도나 행위도 실효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전세계를 연결하기 위한 태생적 존재이유가 인터넷에 있기 때문이다. 국경, 제도, 문화라는 사고의 틀로는 다스려지지 않는다. 아예 인터넷 주소(IP)나 도메인(DNS)을 막는다면 접속을 차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피해 가상주소, 가상사설망 등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이트나 소프트웨어는 웹에 널려 있다. 정부도 마침 원 법안은 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억울해한다. 잘된 일이다. 그런 심정이면 법안을 재검토하면 될 일이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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