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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고장말] 겁나 / 이길재

등록 2009-04-26 22:05

고장말
‘겁나 싸가지가 없드만!’ ‘겁나’는 표준어 ‘굉장히’와 대응하는, 주로 전라도에서 쓰이는 고장말이다. ‘겁나’는 ‘아주 많다’는 뜻의 형용사 ‘겁나다’의 어근이 형태 변화 없이 부사로 쓰인 것이다. “여자는 하늘같이 훌륭한 것 같고 남자는 겁나 못난 것 같고 그라도만.”(<한국구비문학대계> 전남편) ‘겁나다’는 명사 ‘겁’(怯)과 ‘-나다’가 결합된 동사 ‘겁나다’에서 유래한 형용사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겁나다’는 ‘무섭거나 두려운 마음이 생길’ 만큼 많다는 말이다.

뭇사람들이 갑자기 엄청난 돈을 갖게 되면 좋다는 생각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장말 ‘겁나다’는 사물에 대한 인간의 의식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말이다. 이런 사실은 ‘겁나’나 ‘겁나게’가 ‘많다’와 함께 쓰일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학생 갸들도 매년 봄이 되면 핵교서 선거를 허는 모양인디 그 선거에 드는 돈이 겁나게 많답디다.”(<남도 기행> 홍성원)

‘겁나게’는 ‘겁나다’에 어미 ‘-게’가 결합되어 부사로 굳어진 고장말인데, ‘겁나’와 같은 의미다. “보육원 갸들, 영락없는 말벌떼맨치로 겁나게 무서운 패거리였잖어?”(<소라단 가는 길> 윤흥길)

‘겁나’와 대응하는 또다른 형태는 ‘겁찰게’인데, 주로 전남 동부에서 쓴다. “하늘 아래가 지와집이 겁찰게 지어져갖고 있드랍니다.”(<한국구비문학대계> 전남편)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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