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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호민관 / 정남기

등록 2009-06-03 21:36

정남기 논설위원
정남기 논설위원
공화정 시절의 로마는 원로원, 집정관, 호민관이 서로 견제하는 균형 잡힌 정치체제를 갖고 있었다. 집정관이 행정부의 수반이라면 원로원은 의회이자 최고 재판소였다. 하지만 그것으론 충분치 않았다. 독재 권력의 출현을 막고 원로원을 장악한 귀족 계급을 견제하기 위해 호민관을 뒀다.

말 그대로 호민관은 억압받는 사람을 보호하고, 가벼운 위법 행위를 사면했으며, 시민의 적을 탄핵하는 구실을 했다. 집정관과 원로원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필요하면 정부의 기능을 멈추게 할 수도 있었다. 집정관에 맞먹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호민관으로서 토지개혁을 시도했던 그라쿠스 형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토지 사유를 제한해 남는 땅을 평민에게 나눠주려 했지만 원로원의 강력한 반대로 개혁은 무산됐다. 형 티베리우스 그라쿠스의 개혁이 실패하자 동생 가이우스 그라쿠스가 정부에 맞섰지만 시위 중 일어난 사고를 핑계로 원로원은 군대를 동원해 그를 제거했다. 저항하던 지지자 3천여명도 무참히 학살됐다.

그라쿠스의 개혁은 실패했지만 호민관 제도는 집정관과 원로원을 견제하기에는 충분했다. 민회를 소집해 정부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는 또 권력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지 않았다. 집정관은 두 명, 호민관은 10명씩 뒀다. 임기도 1년으로 제한했다. 그 만큼 권력의 사유화가 쉽지 않았다.

보석으로 풀려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2일 “살인마”라는 말로 검찰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 여당은 민심을 거부하고, 정의의 편에 서야 할 검찰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식으로 수사 대상자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으니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이번 기회에 진심으로 국민을 보호하고 민심을 대변할 호민관이라도 한 명 둬야 하지 않을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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