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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문화칼럼] 한국 만화 100년, 갈림길에 서다 / 박인하

등록 2009-06-12 20:02수정 2009-09-14 18:49

박인하 만화평론가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박인하 만화평론가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한국 만화는 심의와 검열, 시장의 문제, 그리고 저급한 인식의 삼중고를 이겨내고 2009년 100돌을 맞이했다. 삼중고에 시달리는 한국 만화의 역사에는 끊임없이 지지와 응원을 보낸 독자들이 있었다. 1950~60년대, 제대로 먹지 못해 누렇게 뜬 아이들은 시장 앞이나 공원에 펼쳐진 좌판에서 만화를 보며 꿈을 키웠다. 70년대 어린이들은 잡지만화의 말썽꾸러기 친구들을 보며 위로받았고, 어른들은 만화의 해학과 풍자에 내내 쌓인 불안증을 떨쳐낼 수 있었다. 80년대가 되어 절망에 빠진 이들은 만화방으로 숨어들었다. 거기에는 자기 파괴의 주인공 오혜성과 ‘지옥훈련’을 끝낸 독종들이 있었다. 이십대 젊은이가 재벌이 되기도 했고, 지리산에 들어가 풀뿌리만 먹으며 곰과 스파링한 뒤 최고의 복서가 되기도 했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만화는 빛을 냈다. <만화 보물섬>의 성공 이후 여성 만화잡지도, 어른 만화잡지도 나왔다.

90년대가 되어 그동안 원산지를 속였던 일본 만화가 과감하게 커밍아웃했다. 그리고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잡지 시스템’을 한국에 이식시켰다. 새로운 잡지가 연이어 창간되었고, 젊은 작가들이 잡지에 데뷔했으며, 청소년들은 신간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너무 짧았다. 심의와 시스템 붕괴라는 악몽이 다시 반복되었다. 청소년보호법은 심의의 칼날을 내밀었고, 대여점은 판매시장을 빼앗아버렸다. 판매시장 없이 생존이 불가능한 잡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2000년대가 되면서 독자들은 인터넷에서 만화를 보기 시작했고, 학습만화를 샀다. 포털들은 발 빠르게 만화를 연재했다. 공짜처럼 보인 포털의 만화는 트래픽이라는 이름의 수표를 포털한테 건네주었다. 대형 출판사들은 너도나도 학습만화를 출판했다. 모두 메이저 만화가 주춤한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2009년, 디지털 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만화 100주년을 맞이한 한국 만화에 여러 대안을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그중 제일 기대를 모은 모델은 앱 스토어라고 불리는 온라인 장터다. 만화, 게임 등 스마트폰용 콘텐츠를 내려받는 앱 스토어는 인터넷처럼 네트워크에 접속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려받아 자신의 폰 안에 저장한 뒤 즐긴다. 우리나라야 아직 사용자가 많지는 않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아이폰의 인기에 비례해 앱 스토어를 통한 콘텐츠 거래가 활발하다. 앱 스토어의 선두주자인 애플은 최근 10억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매일 1억달러의 매출이 발생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전자책 서비스업체인 이북재팬은 스마트폰에 대응하는 만화의 목록이 1만5000건이 넘었으며, 대부분 권당 400엔 정도에 팔리고 있다. 앱 스토어는 이처럼 저가의 대량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장이다.

그런데 지난 6월2일 한국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모바일 웹 전용 네이버를 공개하면서, 앱 스토어에 웹툰을 공짜로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해 버렸다. 네이버의 강력한 공짜 만화 공세 앞에 앱 스토어와 연동하는 잡지 모델과 같은 만화계의 구상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네이버는 한국 만화를 위해 이번 정책을 철회해 주시기 바란다.

박인하 만화평론가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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