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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돌림말 / 최인호

등록 2009-06-18 18:24

‘돌림’으로는 모자라 ‘따돌림’을 쓰고, ‘왕따’까지 만들어 사전에 올렸다. 패거리에 끼워주지 않거나 누구를 찍어 내치기도 한다. 사람을 떼지어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는 점에서 불공정하고 무척 비겁한 일이다. 그런데도 따돌림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성행한다. 그러니 이상한 일이 아니라 사람살이에서 늘 있는 짓거리로 인정하고 대처해야 할 문제로 봐야겠다. 따돌리고 못살게 굴고 업신여기고 속이고 감추고 폭로하고 비웃고 저주하는 데 동원되는 주된 방편이 결국 말글이다.

사회에서는 공적인 권력이나 집단이 정의·형평성을 들추어 공공연히 행사되는 까닭에 더 무섭다. 권력도 권위적인 언어로 나타난다. 신문·방송·인터넷 따위 매체가 발달하고 다양해질수록 언어폭력 역시 정교해지고 다양해진다.

소문이나 사소한 추문이 부풀려지고 굴절돼 번지는 건 하루아침이다. 힘세고 유명한 사람, 훌륭한 사람, 깨끗한 사람, 맷집 좋은 사람도 그 앞에서 속절없이 당한다. 여기서 억울한 사람이 생긴다. 예절이나 관용이 통하지 않는 악머구리 사회와 다를 게 없다.

지난봄 우리는 이땅의 권력과 언론이 쏟아낸 숱한 말글들이 봉하마을의 죽음으로 결국 악머구리 돌림말이 되고 만 것을 겪었다. 문제는 드러나지 않은 비슷한 사례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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