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논설위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6·15 남북공동선언 9돌 기념 특별연설에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정권타도 선동 발언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데 이어 극우단체들은 김 전 대통령을 내란선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0년대 이후 우리 정치의 장에서 멀어져 간 정권타도니 내란선동이니 하는 말이 재등장한 것을 보면 역사가 얼마나 퇴행했는지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내란선동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진압한 군부 쿠데타 세력이 김 전 대통령에게 들씌웠던 혐의 가운데 하나였다. 민주화와 민족 화해를 역설하다 납치돼 목숨을 잃을 위기를 겪고 쿠데타 정권에선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사형선고까지 받는 고초를 겪었던 김 전 대통령에게 세계는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목숨을 건 결단을 해야만 행동하는 양심이 되는 건 아닐 게다. 그러나 나날의 생계가 걱정인 소시민들이 행동하는 양심으로 변신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 출간된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은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눈감는가라는 저자 스탠리 코언의 고민에서 출발한 책이다. 프로이트의 심리학까지 섭렵한 끝에 그는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지 않으려는 게 심리적 정상상태이고 외면하지 않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그래서 그는 이제 질문은 왜 현실에 눈감는가가 아니라 “현실에 눈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숨진 가족을 안장하지 못한 채 주검을 150일 이상이나 냉동고에 보관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용산 참사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이 위로의 말을 표현해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처럼, 행동하는 양심을 이끌어내는 일은 정치권과 시민단체, 언론 등의 책임인 셈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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