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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살코기 / 우재욱

등록 2009-07-09 18:12

중세 우리말 가운데 임자씨(체언)가 홀소리로 시작하는 토씨와 이어질 때 ‘ㅎ’이 덧붙는 낱말들이 있었다. 이 낱말들은 또 거센소리가 될 수 있는 ‘ㄱ’, ‘ㄷ’, ‘ㅂ’ 앞에서는 ‘ㅋ’, ‘ㅌ’, ‘ㅍ’이 되었다. 이런 낱말들을 ‘ㅎ종성체언’이라고 한다. ‘ㅎ개입체언’ 또는 ‘ㅎ 토를 취하는 특수체언’이라고도 한다. 덧붙는 ㅎ을 앞말의 끝소리로 보느냐, 사잇소리로 보느냐, 뒷말의 첫소리로 보느냐에 따라 용어가 갈리었다고 하겠다.

‘뼈를 발라낸 살코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보도에서 자주 보이는 구절이다. ‘살코기’는 ‘살+고기’로 된 합성어인데, ‘고’가 ‘코’로 되었다. 중세 ‘ㅎ종성체언’의 영향이 현대어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암/수’, ‘머리’, ‘안’, ‘살’이 그런 낱말들이다. 이것들이 일정한 음운환경에서 합성어를 이루면서 ‘ㅎ’이 덧붙어 ‘암탉(닭)’, ‘수퇘지(돼지)’, ‘머리카락(가락)’, ‘안팎(밖)’, ‘살코기(고기)’가 된다.

<표준어 규정>에는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한다고 되어 있지만, 예외도 두고 있어 상당히 복잡하다. ‘수캉아지, 수캐, 수컷,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톨쩌귀, 수퇘지, 수평아리’ 이렇게 아홉 낱말은 거센소리를 인정하고, 나머지 낱말들은 원래의 꼴대로 적는다. 다만 ‘숫양, 숫염소, 숫쥐’는 예외적으로 ‘숫-’으로 한다. 개는 ‘수캐’로 하면서 고라니는 ‘수고라니’로 하니 일관성도 없다. 낱낱이 외울 수밖에 없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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