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할미새 / 정호완

등록 2009-08-12 18:25

메말랐던 조산천에 맑은 물이 소리를 내며 흐른다. 장맛비 덕분이다. 너무 반갑다. 냇물 주위에 사는 이들은 갑자기 넉넉해진 듯. 바랭이 이삭을 까먹으려는 아침 참새들이 바빠 보인다. 할미새도 한몫을 한다. 작은 할미새 새끼들이 어미를 따라서 참새들이 머물다 간 자리로 옮아 다니기도 하면서 아침거리를 찾아 날고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 마을에도 할미새들이 많이 날고 있을 것이다. 저 녀석들은 어렸을 적부터 할미새라 했을까. 새끼도 태어나면서부터 할머니가 되었을 리는 없고. 그렇다고 달리 할아버지 새도 없고. 냇물을 따라 할미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저승으로 가신 외할머니가 떠오름은 어인 일인가.

얼핏 보아서는 까만 머리 밑으로 제비처럼 가슴패기 언저리에 흰 띠를 둘렀다. 영 석연치가 않다. 몇 녀석의 할미새들이 날아오름을 보며 긴 꼬리에 흰 줄기가 하얀 머리로 댕기를 늘어뜨리던 할머니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그렇지. 본디 할미새는 검정이며 회색, 흰색의 깃을 한 무리가 많다. 마치 하얀 머리칼의 할머니와 같다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그 이름과 달리 매우 부지런히 움직인다. 매우 바쁘다. 냇가 바위나 나뭇가지 위에서 꼬리를 쉴 새 없이 위아래로 흔들고 지저귄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숲으로 날아드는 새를 본다.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