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진 기자
참새를 닮은 울새(로빈)란 새가 있다. 가슴이 오렌지색으로 선명한 ‘유럽울새’가 많이 알려져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곁을 지키다가 피가 튀어 가슴이 붉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그 때문일까, 오래전부터 유럽 사람들의 사랑이 깊었다. 아침 들판 농부나 정원사 곁에는 늘 이 새가 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삽이 땅을 파 놓으면 쪼르륵 달려와 신선한 벌레를 골라 먹는다. 농부가 삽을 박고 잠깐 쉴 때면 전망 좋은 손잡이 위로 올라와 땅을 살핀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오래된 동화 <비밀의 화원>에 이 새가 나온다.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슬픔으로 우울증을 앓던 메리를 치유한 것은 사랑스런 이 새였다. 메리는 황폐한 정원에 꽃과 나무를 심으면서 사랑과 희망을 키워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꽃을 사랑했다. 수감되어 있을 때도 손에서 놓지 않은 일이 꽃 가꾸기였다. 그리고 새를 사랑했다. 1992년 대선에서 떨어진 뒤 영국으로 간 그는 마음이 아팠다. 그를 보내며 통곡하던 이들이 안쓰러워 더 아팠다고 했다. 어느 날 정원으로 날아온 울새 한 마리, 낯가림이 없는 천진한 그 생명은 그를 활짝 웃게 했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말벗이었고 희망이었다. 그는 눈물이 많다고 고백했다. 살아있는 것들을 아꼈지만 살아가는 것의 고통을 아는 그에게 살아있는 것들의 몸부림은 늘 그를 울렸다. 주인공이 불행해지는 영화조차 마음이 아파 중간에 꺼버린다고 했다. 애민(愛民)하는 그의 마음 바탕이 그러했으리라.
인간은 셈이 빠르다. 상처는 꼭 받아내야 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양귀자의 말대로 대부분의 사람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거꾸로 가는 세상을 보며 울새처럼 울던 그를 보내며, 내 안의 부끄러운 장부책을 본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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