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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달러와 탈러 / 정남기

등록 2009-09-10 18:42

정남기 논설위원
정남기 논설위원
15세기 체코 보헤미아 지방에는 요아힘스탈이란 유명한 은광이 있었다. 독일어로 탈(Thal)이 골짜기니까 요아힘 계곡이란 의미다. 이곳에서 나온 은을 이용해 만든 은화가 요아힘스탈러, 줄여서 ‘탈러’(Thaler)다. 골짜기에서 나온 물건이란 뜻이다.

탈러가 유럽 전역으로 퍼진 것은 16세기 초반이다. 1온스(31그램)짜리 탈러가 만들어진 뒤 상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400여년 동안 유럽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화폐가 됐다. 하지만 나라와 언어에 따라 이름은 여러가지로 바뀌었고 영어권에서는 ‘달러’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달러가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스페인 때문이다. 스페인은 신대륙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막대한 금과 은으로 스페인달러를 만들어 유통시켰다. 자체 화폐가 없던 식민지 미국은 담배나 밀을 수출하는 대가로 스페인달러를 받았고, 이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영국은 화폐 가치 유지를 위해 식민지에서의 파운드화 유통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따라서 미국이 독립 이후 새 화폐로 달러를 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화폐만큼은 영국의 전통을 이어받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정작 달러의 고향인 프로이센은 1872년 탈러를 버리고 마르크를 새 화폐단위로 채택했다.

지난 100여년 동안 세계경제를 지배하던 달러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찍어내면서 달러 가치는 1유로당 1.5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추락했다. 반면 중국은 오는 28일 홍콩에서 60억위안 규모로 최초의 위안화 표시 국외채권을 발행한다. 위안화 기축통화 전환을 위한 첫걸음이다. 때맞춰 유엔무역개발회의(운크타드)는 지난 7일 달러를 대신할 새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달러 500년의 역사가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순간이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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