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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역설] 4대강

등록 2009-09-11 18:21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다산 정약용은 <대동수경>(大東水經)을 편찬해, 녹수(압록강)와 만수(두만강) 등 한강 이북의 강줄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 꼼꼼함으로 미루어 볼 때, 한강 이남의 물길을 정리한 다산의 글도 어딘가 남아 있을 법하다.

중부 이남을 적시는 큰 강도 여럿이다. 우선 한강과 낙동강, 금강 및 영산강이 있다. 이른바 4대강이다. 여기에 섬진강과 동강, 남강 등을 더하면 남쪽의 큰 강을 다 헤아린 셈이다. 이들 강가에서 역사의 주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점은 동서고금이 마찬가지다. 강가에서 일어나지 않은 문명이 없었다.

강물의 중요성을 알기는 아는지, 현 정권은 4대강 사업이란 것을 제시했다. 22조원이라는 막대한 국가 예산을 사업비로 쏟아붓는단다. 사업 비용이 워낙 거액이라 조달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내년에만도 사업비 충당을 위해 3조원가량 공채를 발행한단다. 사실상 멀쩡한 강물인데 그걸 다스린다며 이 많은 돈을 투자한 경우는 세계 역사상 거의 전례가 없을 정도다.

4대강 사업은 여러모로 진기록 감이다. 우선 이 큰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가 없었으니, 절로 입이 벌어진다. 환경영향 평가도 4개월 만에 뚝딱이란다. 귀신도 곡할 일이다. 게다가 이 엄청난 사업을 1년 계획, 2년 공사로 마칠 예정이라니 탄복할 일이다. 이만하면 “밀어붙이기” 사업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만일 계획대로 강바닥을 파내면 수중 생태계는 교란될 것이다. 댐인지 ‘보’를 쌓고 보면, 강물이 썩어 수질은 악화되고, 여름철에 홍수라도 지면 사방이 물바다 될 위험성이 커진다. 이 사업의 주목적이 홍수도 막고 수질도 개선하는 거라 하지만, 홍수야 연천이나 보령 같은 군소 하천이 문제다. 수질도 지류 쪽 오염이 훨씬 심하다. 그럼에도 총사업비의 6할을 낙동강에만 들이붓겠단다. 지역 차별도 도를 넘었다. 목표도 효과도 불분명한 이런 사업 도대체 누굴 위해 왜, 벌여야 하는가?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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