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기 논설위원
왕조시대지만 조선에서도 관리 임명에 엄격한 절차가 있었다. 인물 추천에 책임을 지도록 천거제도를 뒀으며 임명 뒤에는 서경(署經)이란 청문 절차를 거쳤다.
서경은 5품 이하 관리를 임명할 때 사헌부와 사간원이 자질을 검증한 뒤 서명하는 것이다. 당사자의 허물은 물론 친가, 외가, 처가의 4대조까지 살펴보고 가부를 결정했다. 임금이 임명했더라도 50일 안에 서경을 통과하지 못하면 인사를 다시 했다. 고려 때는 더 엄격해 1~9품의 모든 관리가 서경을 받아야 했다. 임금의 인사권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엄격한 검증장치를 뒀던 셈이다. 사후관리도 철저했다. 관리가 부임한 뒤 불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등 죄를 지으면 천거한 자도 연좌해서 처벌했다. 조선 후기로 가면서 유명무실해졌지만 적어도 <경국대전>과 <속대전>에 담긴 인사제도의 기본 원칙은 그랬다.
새 총리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모두 끝났다. 후보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불법과 탈법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고위 공직자들의 필수 코스로 등장한 위장전입부터 시작해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병역면제 등 단골 메뉴들이 쏟아졌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관심도 심드렁하다. “위장전입이 뭐 대단하냐”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공직자의 바른 몸가짐을 강조한 옛 가르침들을 보면 쉽게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군자의 학문은 수신이 반이고, 나머지 반은 (백성을 다스리는) 목민”이라고 했다. 율기(律己) 편에서는 “가난하고 천한 사람은…제 피땀으로 얻은 것을 쓰니 하늘이 너그럽게 볼 것이요, 부귀한 사람은 벼슬을 하여 녹을 먹되 만민의 피땀을 한 사람이 받아 쓰니 하늘이 그 허물을 경계하는 것이 더욱 엄중할 것이다”라고 했다. 고위 공직자라면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대목이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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