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논설위원
집에서 기르는 대표적 가축인 소·말·양·돼지·닭·개를 육축(六畜)이라 하는데, 그중에서도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은 단연 닭과 개다. “해 뜨면 집집마다 개와 닭 소리 시끄럽고 봄 깊으면 곳곳마다 온갖 꽃 피어나네”(이언적의 <답망기당운>)나, “앞뜰에는 개를 놓아 기르고, 뒤뜰에는 닭을 치고”(<남원고사>) 등 예로부터 닭과 개는 인간 삶의 가까이에 있었다. 동쪽 닭과 서쪽 개의 소리가 서로 들린다는 뜻의 계견상문(鷄犬相聞)은 노자의 <도덕경>에도 나온다. “이웃나라가 개 짖고 닭 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도 (자기가 사는 곳이 좋아서)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 여유와 한가로움이 노자에게는 이상적 삶이었다. 그런가 하면 정인지는 훈민정음의 뛰어난 표기 능력을 “닭 울음과 개 짖는 소리(계명구폐·鷄鳴狗吠)까지도 모두 적을 수 있다”는 말로 설명했다.
하지만 개와 닭의 관계는 그리 썩 좋지 않다. 잘해봤자 ‘닭이 개 보듯, 개가 닭 보듯’ 하는 무덤덤한 사이요, 아니면 서로 아옹다옹 다투는 앙숙 관계다. “그 아저씬 개지, 그 아즈멈은 닭이지. 개허구 닭이 만나기만 하믄 쌈하지 안니?”(이태준의 <화관>). 음양오행상으로는 개와 닭이 모두 목(木)에 해당된다. 개에게 닭뼈를 주지 말라고 하는 것은 닭뼈가 목에 걸리는 것을 걱정하는 탓도 있지만 목기(木氣)가 강한 닭고기가 개에게는 독(毒)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의 한 교회 목사가 설교 도중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개와 닭’에 비유하면서 “잡아먹어라”는 등의 입에 담지 못할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주변의 권세를 믿고 함부로 날뛰는 것을 꼬집어 ‘주인이 득도하면 개와 닭이 승천한다’는 말이 있는데 꼭 그 꼴이다. 그 목사는 ‘개 잡아먹고 동네 인심 잃고, 닭 잡아먹고 이웃 인심 잃는다’는 속담도 모르는 모양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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