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새해가 밝았다. 2010년은 한국민들에겐 여러 특별한 의미가 중첩된다. 역사상 최초의 외국 식민통치였던 일제강점 100돌, 냉전 초기 세계 최대의 국제전쟁인 한국전쟁 60돌, 냉전시대 아시아 최초의 민주혁명인 4월혁명 50돌, 노동문제와 노동운동의 분수령인 전태일 분신 40돌, 그리고 평화로운 민주화 이행을 정초한 광주항쟁 30돌,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 10돌. 2010년은 이 역사적 매듭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일제 식민통치는 한국민들이 최초로 가공할 전체주의와 대면한 시기이자, 인구의 10분의 1이 본토를 떠난 반인간적 지배의 절정이었다. 또한 그것은 ‘근대’와 ‘민족’의 극적인 충돌 계기였다. 즉 반중화·일본연대를 통해 근대를 지향하던 초기 근대화 논리가 일제 식민화에 의해 흡수·억압·좌절되면서 한국에서 근대주의와 민족주의는 정면대립하였다. 그 결과 전체 사회·민족발전 논리와 근대성 실현, 경제발전이 만나는 것은 미국점령·토지개혁·원조경제·경제개발5개년계획·세계시장 대면을 통해 점차 식민유산을 극복해 가면서부터였다. 식민지 근대화론과는 반대로 한국의 발전은 식민유산의 제거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한국전쟁은 세계 최초의 미-소 직접대결인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얄타체제·냉전체제를 정초한 분수령이었다. 분단고착, 한-미 동맹, 북한-중국 연대라는 현대 한국 문제의 기축을 틀지은 계기도 이 전쟁이었다. 동시에 민족 내의 전쟁이 민족간의 대립 못지않게 인간성 파괴와 학살의 극점을 보여준 체험이었다. 냉전, 전쟁, 남북대치하 4월혁명은 3·1운동이 동아시아 근대민족주의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견된다. 국내적으로도 이는 이후 민주화운동의 고갈하지 않는 승리의 기억자원이었다. 성공적 산업화가 낳은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효과가 충돌하는 상징인 전태일 사건은 한편으로는 노동계층 성장과 의식형성의,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억압과 빈곤의 산물이었다. 그것은 노동문제는 곧 인간문제라는 절규였다. 군사독재 부활 시도에 대한 저항인 광주항쟁은 민주화운동의 연장이자, 훗날 제2의 광주유혈을 저지하여 6월항쟁의 평화적 성공을 안내한 자양분이었다. 광주 이상의 희생을 각오하지 않고는 세번째 군사쿠데타는 불가능하였던 것이다. 역사의 이 ‘전체’ 고비들을 통과하며 ‘개별’ 한국민들은 죽음·다침·이산·징집·억압·가난·슬픔·설움 등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그들의 개별 삶은 이 전체 사태들과 분리되지 않았다. 이럼에도 우리는 우리 삶을 좌우할 큰 사태들을 나와는 상관없는 전체 문제로 여기고 방관할 것인가? 또는 불가피한 운명이나 우연으로 여겨야 할 것인가? 역사는, 진실은 그 반대라고 깨우쳐준다. 우연은 없으며, 개인을 떠난 전체가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한 생애가 대면했던 역사 속의 모든 국면들은, 식민지·전쟁·혁명·산업화·민주화 등 어떤 경우에도 내 삶을 위한 나의 선택과 결단을 요구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선택 없는 삶은 없다. 선택의 누적, 그것이 곧 삶의 본질이며, 그 누적들이 모여 자기와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한다. 역사는 개인적 결단들의 전체 집합을 넘어 비약하지 않는다. 독립, 자유, 평등, 권리, 복지, 민주주의와 같은 기본가치들은 더욱 그러하다.
역사는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역사를 만든다. 전체는 개인을 만들고 개인은 전체를 만든다. 100년 후, 60년 후, 50년 후, 40년 후, 30년 후, 10년 후 나는, 내 자녀는, 내 자녀의 자녀는, 다른 삶은, 우리 사회는, 세계는, 나의 결단과 선택으로 얼마나 달라져 있을 것인가?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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