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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운점 / 정석구

등록 2010-01-13 18:37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어떤 용액의 온도를 계속 낮추면 용액 속에 녹아 있던 특정 물질이 밖으로 빠져나와 용액이 뿌옇게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어떤 용액이 구름처럼 흐려지기 시작하는 온도를 구름이 생기는 온도라는 뜻으로 운점(雲点·cloud point)이라고 한다. 용액의 온도가 운점 이하로 계속 낮아지면 뿌옇게 흐려지는 정도가 심해져 결국 고체로 변하게 된다.

자동차 연료로 많이 쓰는 경유에도 운점이 있다. 경유 온도가 운점 이하로 내려가면 경유에 녹아 있는 파라핀 왁스라는 물질이 빠져나와 경유가 마치 구름이 낀 듯이 뿌옇게 흐려진다. 이렇게 돼버리면 경유는 연료의 기능을 잃게 된다. 뿌연 알갱이들이 연료필터 막을 막아 엔진으로의 연료 공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유의 운점을 ‘필터막힘점’이라고 한다.

추운 겨울철에도 경유가 자동차 연료로서 제 기능을 하려면 운점이 낮을수록 좋다. 기온이 좀 내려갔다고 경유가 뿌옇게 흐려지면 연료필터를 막아 자동차 시동이 안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마다 운점을 정해놓고 이를 엄격히 지키도록 하고 있는데, 추운 지방인 러시아는 영하 25도, 유럽은 경유 등급에 따라 최저 영하 44도까지로 돼 있다. 가까운 일본도 최저가 영하 19도다. 우리나라도 겨울철인 11월15일부터 다음해 2월 말까지 규정된 운점을 적용한 경유를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운점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은 영하 16도로 돼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경유는 온도가 영하 16도 아래로 내려가면 파라핀 왁스가 녹아나와 연료로서 기능을 잃게 된다.

최근 강력한 한파가 계속되면서 경유를 쓰는 디젤자동차들이 시동을 못 걸어 운행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경유의 운점 조정을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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