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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머지않아 / 우재욱

등록 2010-01-14 18:01

형용사 ‘멀다’는 공간적 의미와 시간적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먼 길을 왔다”고 하면 공간적으로 멀다는 뜻이고 “먼 훗날 다시 만나자”고 하면 시간적으로 멀다는 뜻이다.

“한국 우주인, 미 우주선 탈 날 머지않아” 신문기사 제목이다. ‘머지않다’는 시간을 나타낸다. ‘멀지 않다’를 붙여 썼고, 어간 ‘멀’의 ㄹ이 탈락했다. 붙여 썼다는 것은 ‘머지않다’를 하나의 단어로 본다는 것이다. 하나의 단어로 보는 이상 ‘머지않다’가 안고 있는 문법 사항들은 의미가 없어진다. ‘멀다’의 활용형 ‘멀지’에 보조형용사 ‘않다’가 결합되었다는 따위의 분석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머지않다’ 자체로 하나의 단어이기 때문에.

ㄹ 탈락은 우리말에서 흔히 일어난다. ㄹ은 체언과 조사의 연결, 용언의 활용에서도 다른 자음들과는 사뭇 다른 변화를 보인다. 따져보자면 음운에 대한 복잡한 설명을 요하기 때문에, 그냥 ㄹ로 끝난 말에 ‘ㄴ, ㄷ, ㅅ, ㅈ’ 등으로 시작하는 형태소를 결합하여 복합어를 만들 때 ㄹ이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정도로만 알아두면 되겠다.

성안당 국어사전(남영신 엮음)은 ‘머지않아’를 부사로 올려놓았다. ‘멀지 않아’가 ‘곧’의 뜻으로 쓰이면서 ㄹ이 탈락한 채 익은말로 바뀐 형태라고 풀이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머지않다’를 형용사로 올려놓았으나 ‘머지않아’는 별개의 단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참고로, 위에 든 신문기사 제목의 ‘머지않아’는 부사나 부사형이 아니고 그 자체로 종결을 나타내는 꼴이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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