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를 ‘형태소’라고 한다. 이때의 뜻은 개념적인 뜻뿐만 아니라 기능적 또는 관계적인 뜻까지 포함한다.
“가시 돋힌 설전, 상처 치유될까?” 뉴스 전문 채널의 자막에 뜬 문장이다. ‘돋힌’을 보자. ‘돋히다’의 관형형이다. ‘돋히다’를 형태소 단위로 쪼개면 ‘돋(어간)+히(접미사)+다(어미)’로 분석된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돋치다’는 있는데, ‘돋히다’는 없다. ‘돋치다’의 ‘-치’도 접미사로서 하나의 형태소다. 접미사 ‘-히’와 ‘-치’를 살펴보자. ‘-히’는 사동 또는 피동을 나타낸다. 사동과 피동에 함께 쓰이는 접미사로는 ‘-이, -히, -리, -기’가 있고, 사동에만 쓰이는 접미사로는 ‘-우, -구, -추’가 있다. ‘가시 돋힌’에서 ‘-히’는 ‘먹히다, 밟히다’처럼 피동의 뜻으로 쓴 듯하다. ‘-치’는 ‘밀치다, 부딪치다’처럼 강세를 나타낸다.
사전이 ‘돋치다’는 싣고 ‘돋히다’는 싣지 않은 것은 ‘돋다’의 강세형만 인정하고 피동형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돋히다’는 ‘돋치다’의 틀린 표기로 본다. 그런데 ‘돋히다’로 쓴 사람이 피동의 뜻으로 썼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도 버르장머리 없는 누구의 말에 ‘가시가 돋히었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그러나 말은 혼자 우겨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언어의 사회성이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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