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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미노타케 경영 / 김영희

등록 2010-02-04 18:44수정 2010-02-04 18:45

김영희 기자
김영희 기자
일본어 ‘미노타케’(身の丈)는 원래 ‘키’를 가리킨다. 최근 몇년 사이 일본에선 이 단어와 결합한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소비, ~가격, ~경영 같은 식이다. 이때 뜻은 키 자체라기보다는, ‘무리하지 않는’이란 의미가 된다. 키를 커 보이게 하려고 까치발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의 주요 광고회사들이 꼽은 소비 트렌드도 이런 ‘미노타케 스타일’이었다. 무조건 절약한다는 의미의 ‘생활방어형’ 소비와는 다르다. 화려한 소비 지향 대신 같은 품질이면서도 가격이 좀더 싼 상품을 찾는다는, 생활 가치관의 변화를 뜻한다.

최근 리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도 미노타케 경영이란 말을 내건 바 있다. 지난해 사장에 취임한 창업주의 증손자 도요다 아키오가 한 말이다. 당시 도요다 사장은 “미노타케를 넘어서며, 도요타의 강점이 발휘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능력에 맞춰 ‘좋은 품질과 가격’이라는 원래 강점을 찾는 것이 진정한 성장을 가져온다는 의미였다. 사실 도요타는 2000년 이후 혼다 크기의 회사를 하나 더 만들 정도로 생산량이 급증했다. 2007년부터는 국외생산량이 국내생산량을 추월해버리면서 도요타의 강점인 생산현장에서의 ‘카이젠’(개선)이 구석구석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꼼꼼히 관리할 인재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해온 무리한 확대 전략도 이번 사태 배경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덩치에 대한 유혹일까. 지난해 적자 탈출을 위한 비용절감을 위해 수천명의 비정규직부터 해고했던 도요타는 얼마 전, 올해 827만대를 팔아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레이크 결함은 이전부터 알고도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리콜 사태 이후 도요다 사장은 아직 한번도 소비자들 앞에 직접 나서지 않았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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