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풀다’는 그 뜻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표준어의 ‘짓궂다’나 문화어의 ‘장난궂다’에 대응하는 고장말로, 주로 경남과 전남의 일부 지역에서 쓰이는 말이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서희의 몸종 봉순이가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열한 살짜리 꼬마 신랑의 모습을 그려내는 한 대목을 읽다 보면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열여섯에 시집을 갔는데, 가니께 신랑 나이가 열한 살이더마. 게다가 우찌나 간풀던지 여름이믄 또랑에서 미꾸라지 잡노라고 옷이 흙에 범벅이 되고 겨울이믄 얼음판에서 온종일 미끄럼을 타는 바람에 바지 밑바닥이 성할 날 없었고 날이믄 날마다 연날리기, 연실에 손 비이기는 일쑤고 그래가지고 돌아오믄 이눔으 가씨나야! 니 때문에 손 비었다 하믄서 머리끄뎅이를 잡아끌고, 그래도 서방님이라구 말대꾸 한분 못하고 살았지.”
‘옷에 흙 범벅, 바지 밑바닥에 구멍내기, 제 각시 머리채 잡기’ 등 열한 살 꼬마 신랑은 온갖 말썽을 다 피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순의 긴 회한 속에서 꼬마 신랑의 철없는 행동은 밉살스럽기도 하지만, 때론 귀엽고 살갑게 비치면서, ‘간풀다’라는 한 단어로 표현된다. 이처럼 ‘간풀다’는 너무 짓궂어서 밉살스럽다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행동이 귀엽고 살가울 때에도 쓰는 고장말이다. “아따 나가 젊었을 직이 을매나 간풀었는 중 안가?”(<겨레말큰사전>)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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