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진 기자
아프리카에는 털 없는 쥐가 산다. 요즘 애완용으로도 많이 기르는 ‘기니피그’가 옷을 홀랑 벗은 모양을 생각하면 된다. 털이 없으니 땡볕은 물론 마른 공기조차 생존을 위협하는 적이다. 이 가련한 생물이 살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자기희생이다. 바깥나들이 한번 못하는 여왕 시중 쥐가 되기도 하고, 휴식 없이 일만 하는 일쥐가 되기도 한다. 물론 놀고먹는 쥐들도 있다. 그 운명을 스스로 선택한다. 개미, 벌 같은 사회적 곤충들의 포유류판인 셈이다.
개미들의 희생과 협동은 잘 알려져 있다. 일개미가 된 암컷은 공존을 위해 자신의 생식능력까지 버린다. 그렇지 않을 경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무리는 감당하지 못한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기적 욕망으로 꿈틀대는 동물들의 세계에서도 협동과 희생은 자주 관찰된다. 두 단어는 오히려 지적인 인간 세상에서 더 낯설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현대의 도시를 구석기시대에 비유하기도 했다. “수렵채취하고 정복확장하고 약육강식하고…이윤과 욕망의 목초지를 따라 유목하고 혈거(穴居)한다.”(김훈 <풍경과 상처>)
이런 구석기적 세상에서 나눔, 희생, 양보란 말은 아득하다. 종교에 기대기도 어려운 듯하다. 골목마다 십자가가 가득하지만 우린 여전히 아프다. 몇 해 전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은 <우리들의 하느님>에서 “교회는 성공했는데 왜 나라는 만신창이인 채 버림받고 있느냐”고 물었다. “왜 살인강도는 늘어가고 집없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는지, 왜 인권은 유린당하고 이웃끼리 믿지 못하는지.”
지방선거를 앞두고 너도나도 벼슬살이로 가는 문에 줄을 대고 있다. 다산(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자기를 버리고 (백성을) 두려워하는 것”을 목민관의 기본으로 삼았다. 벼슬살이를 자기희생의 길로 여기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씻고 씻어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탐욕의 세상에서.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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