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섭 논설위원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며칠 전 발표한 것을 보면 한국이 지난 10년 동안 세계에서 세번째로 무기를 많이 수입한 나라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한국이 수입한 무기의 66%가 미국산이다. 첨단 무기를, 그것도 주로 미국에서 사들이는 양상은 어떤 면에선 600여년 전 화약을 처음 개발하던 때를 연상시킨다. 화약 전문가 민병만씨가 쓴 <한국의 화약 역사>를 보면 이 땅에서 화약을 처음 사용한 때는 고려 공민왕 5년(1356년)으로 추정된다. <고려사>는 이때 “총통(화기의 통칭)으로 화살을 발사하였다”고 적고 있는데, 이것을 최초 기록으로 본다. 하지만 진정한 화약의 역사는 얼마 뒤 최무선과 함께 시작된다. 원나라의 상인 이원한테서 화약 제조법을 배운 그의 노력 덕분에 1377년 화통도감이 설치된다. 화약 개발의 ‘국산화’가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화약 원료를 구하는 게 또 문제였다. 그래서 고려는 명나라에 원료 공급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고 만다. ‘화약 원료를 많이 비축하고 있지만 쓸 데가 많아서 줄 수 없다’는 게 중국의 반응이었다. 다만 중국이 비공식적으로 약간씩 화약과 화약 원료를 제공하긴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약 원료를 구하려 중국에 매달리기는 조선 초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세종실록>에는 명나라에 화약 원료를 요청하는 공문서의 초안을 세종 16년(1434년)에 작성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세종은 직접 화약 원료 제조 시험을 할 정도로 화약에 관심이 많은 왕이었다. 이렇듯 600여년 전 조상들은 당시의 첨단 무기였던 화약을 확보하려 애를 썼다. 하지만 지금은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는 때도, 갓 세운 나라의 안정이 시급한 때도 아니다. 그렇다면 값비싼 무기 수입에 열을 올리기보단 동북아 평화 정착에 힘을 쏟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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