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어 쓰고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빚쟁이’는 저승사자나 다름없을 것이다. 빚쟁이의 빚 독촉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이처럼 빚쟁이 하면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연상될 만큼 가난한 사람을 상대로 악덕을 일삼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빚꾸러기’라는 말도 있다. 빚을 많이 진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빚쟁이나 빚꾸러기나 다 그런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해주로 달려간 안태건은 옛날 기세만 믿고 바로 빚쟁이를 찾아가 엄하게 다그쳤다.” 중앙 일간지에 연재된 이문열의 소설 <불멸> 중에서 따온 구절이다.
여기서는 빚을 준 사람이 아니라 빚을 진 사람을 ‘빚쟁이’라고 했다. 사전들은 모두 ‘빚쟁이’와 ‘빚꾸러기’를 올려놓았다. 그러나 ‘빚쟁이’에 대한 풀이는 두 갈래로 갈린다. ‘빚을 준 사람’으로 풀이하는 것은 모든 사전이 공통적이다. 그런데 일부 사전은 제2의 뜻으로 ‘빚을 많이 진 사람’으로 풀이하고 있다. 빚꾸러기와 동의어로도 보는 것이다. 그러나 ‘빚꾸러기’를 ‘빚을 준 사람’으로 풀이한 예는 없다.
‘빚쟁이’가 채권자와 채무자 양쪽을 모두 지칭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빚쟁이는 빚을 준 사람, 빚꾸러기는 빚을 진 사람이었지만, 대중의 씀씀이에 따라 빚쟁이가 서로 반대되는 두 뜻을 가지게 되었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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