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논설위원
영화 <식스티 세컨즈>의 주인공 니컬러스 케이지는 전설적인 자동차 도둑으로, 맘에 드는 자동차라면 어떤 보안장치가 달렸더라도 60초 안에 훔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는 악당에게 붙잡힌 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72시간 안에 50종류의 서로 다른 스포츠카를 훔치는 일에 도전한다. 같은 감독인 도미닉 세나가 만든 <스워드피쉬> 역시 60초 안에 일을 해치우는 것이 과제다. 해커인 휴 잭먼은 까다롭기 짝이 없는 마약단속청의 컴퓨터 시스템을 그 짧은 시간 안에 뚫고 들어가야만 한다. 범죄, 스릴러, 액션 등의 영화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요소가 바로 한정된 시간이다. 주인공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며칠, 몇 시간, 또는 몇 분이다. 시간이 째깍째깍 흐를수록 관객들은 더욱 손에 땀을 쥐게 된다. <더 버터플라이> <콜래트럴> 등 한정된 시간을 중요 모티브로 삼은 영화들은 수없이 많다. “88분 후 너는 죽게 된다”는 익명의 전화에서 시작되는 <88분>(알 파치노 주연)처럼 설정된 시간 자체를 제목으로 삼은 영화들도 있다. 엊그제 총리공관에서 열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현장검증 결과를 보면, 한 전 총리가 5만달러를 챙겨넣을 수 있는 시간은 불과 5초였다. 이 짧은 시간 안에 한 전 총리는 경호원, 수행직원, 케이터링 서비스 직원 등 수많은 주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소리내지 않고 서랍 안에 돈을 집어넣는 신출귀몰한 재주를 발휘해야 했다. 지금까지 나온 어떤 영화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고난도 범죄를 설정해놓은 경우는 없었다. 이쯤 되면 제목을 <5초>가 아니라 <5초의 기적>쯤이라고 붙여야 옳다. 게다가 이 사건에는 한정된 시간뿐 아니라 한정된 공간이라는 또다른 미스터리 요소까지 더해져 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좋은 영화를 찍기에는 시나리오의 플롯이 너무 허술한 것 같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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