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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문자의 옥 / 여현호

등록 2010-03-25 18:21

여현호 논설위원
여현호 논설위원
“대머리 앞에서는 ‘빛 광(光)’ 자를 쓰지 말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그 기원은 알 수 없으나, 명 태조 주원장 시대에는 생사가 달린 문제였다. 불우한 시절 승려와 도적으로 지냈던 주원장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일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승려를 연상시키는 ‘광(光)’ 자나 ‘대머리 독(禿)’ 자, ‘중 승(僧)’이나 ‘도적 적(賊)’과 발음이 비슷한 ‘날 생(生)’ 자나 ‘법칙 즉(則)’ 자를 쓰면 무조건 처벌했다. 수많은 이들이 상주문이나 시에 이들 글자를 썼다는 이유로 처형당했다. 이를 ‘문자의 옥(獄)’이라 한다.

문자의 옥은 여러 통치자가 자주 쓴 공포통치 수법이다. 청나라의 강희·옹정·건륭제도 만주족 지배에 비판적인 한족 지식인들을 억누르기 위해 사소한 일에도 자주 문자의 옥을 일으켰다. 그렇게 해서 금서가 된 책이 수천 부였다. 시인 묵객은 대표적인 피해자다. 건륭제 때에는 이미 죽은 한 시인의 “대명하신 천자를 여러 번 뵈었더니 조롱박 반쪽을 내려주셨네”라는 시구가 옥사로 번졌다. 조롱박을 뜻하는 호아(壺兒)가 오랑캐를 의미하는 호아(胡兒)와 발음이 같은 등 반청복명의 뜻을 담았다는 이유였다. 원·명 교체기의 대표적 시인 고계도 ‘궁녀도’라는 시 때문에 허리가 잘리는 극형을 받았다. “술 취한 궁녀 푸른 이끼를 밟으며 가니/ 밝은 달 서원의 연회를 시중들다 오는 길이네/ 강아지는 공연히 꽃 너머 그림자 보고 짖는데/ 깊은 밤 쓸쓸한 궁궐에서 누가 마중 나올까”라는 시구가 주원장의 방탕한 생활을 풍자했다는 이유라고 한다.

사회 현안을 직설적으로 풍자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의 ‘동혁이형’ 코너에 대해 보수 성향의 한 단체가 ‘선동적 개그’라며 문제 삼고 나섰다. 한국방송 사장도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뭐가 켕기기에 ‘입을 가두겠다’는 것인가.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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