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구 선임논설위원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12월24일. 유럽 서부전선에서 싸우던 독일군과 연합군은 성탄절을 맞아 잠시 ‘크리스마스 휴전’을 했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담배를 나눠 피우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짧은 휴전이 끝나자마자 다시 총부리를 겨누며 서로 죽였다. <양의 탈을 쓴 가치>의 저자인 미하엘 마리는 이를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 즉 각각의 민족이라는 가치 때문이었다고 해석한다. 민족이나 국가, 자유, 평화, 민주주의 등 절대적 가치는 곧잘 전쟁의 명분으로 이용된다. 미국은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고 자유세계를 지킨다며 베트남전에 개입했다. 무려 6만여명의 미군이 숨지고, 우리 젊은이들도 5000여명이 희생됐다. 2001년 9·11테러 뒤 미국은 자국민을 보호하고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다. 작전명은 ‘이라크의 자유’였다.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위정자들의 정치적 이해와 추악한 현실이 감춰져 있다. 이라크전쟁은 ‘석유전쟁’이었으며, 자유세계를 지킨다며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은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이슬람인들의 인권을 짓밟는 일이 수시로 벌어졌다. 천안함 침몰을 둘러싸고 북한 연계설을 넘어 군사적 응징을 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나온다. 명분은 국가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수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절대적 가치를 앞세워 ‘북풍몰이’를 하기에는 아직 사고 원인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지금은 강경론자들이 교묘히 위장하고 있는 ‘가치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때다. 잘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늘 뒷전에 숨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챙겼고 희생되는 건 애꿎은 젊은이들뿐이었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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